“물새 발자국 따라가다//모래밭 위에 무수한 화살표들,/앞으로 걸어간 것 같은데/끝없이 뒤쯤은 향하여 있다//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앞으로/앞으로 드센 바람 속을/뒷걸음질 치며 나아가는 힘, 저 힘으로//새들은 날개를 펴는가//제 몸이 시윗줄을 끌어당겨/가뜬히 지상으로 떠오르는가//따라가던 물새 발자국/끊어진 곳 쯤 해서 우둑하니 파도에 잠긴다”-손택수 시인의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전문. 코로나19로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우리, 어깨를 짓누르는 세상의 압박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우리, 비상할 수 있을까? 비상해서 활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비행할 수 있을까? 우리를 날게 하고, 우리를 쏘아 올리는 것은 우리 밖에 없지 않은가. 감염병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더불어 사는 것의 깊이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 바이러스는 지극히 ‘인간적인’ 매개체이고, 그런 점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고찰 대상이다. 그래서 코로나19는 먼저 ‘인문학적’인 주제로 떠오른다. 코로나19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흩어지라고 한다. 5인 이상은 만나지도 말라고 한다. 코로나가 던진 충격은 인간 세상에서 살갑게 지내는 일상의 가치까지 바꿔놓고 있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 하여 집에 머물고 있는 시간이 많다. 시인 김수영이 “먼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다시 몸이 아프다” 할 때의 먼 것은 가장 가까우며 동시에 가장 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설적인 먼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꼭 필요하지만 구할 수 없는 것, 급박하되 요원하게 다가오는 것. 인문학적 지혜는 결국 다양한 의미의 먼 것을 옛날이야기처럼 풀어내는 능력이다. 우리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서로의 허물을 용서하며, 서로의 발걸음에 보조 맞추어 다음 차원으로 함께 나아가는 태도, 그것이 인간의 품격이다. 그 인간의 품격이 하늘과 땅에 부응하는 세상이, 우리가 코로나19 이후에 누리게 될 세상이 아닐까. 인문학은 사람에 의한 사람의 학문이며 삶의 학문이다. 인문학은 공동체 속에서 시민의식과 연대의식을 더욱 고양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흩어진 공간을 하나로 모으는 접속을 위한 다양한 소통을 제시한다. 지구촌이 공포에 휩싸이면서 ‘팬데믹(pandemic)’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전염병 경보단계를 1단계부터 6단계까지 나누고 있다. 팬데믹은 최고 경고등급인 6단계를 부르는 말이다. 그리스어로 ‘pan’은 모두, ‘demic’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람에 감염된다는 뜻이다. 특히 팬데믹이라 불리는 6단계 등급은 14세기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몰살시킨 페스트(흑사병)를 비롯해, 1918년 유럽대륙에서 5000만 명이상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 1968년 100만 명이 희생된 홍콩 독감 등이 속해있다. 포스트 코로나는 포스트(Post, 이후)와 코로나19의 합성어로, 코로나19 극복 이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으로까지 이어졌다. 팬데믹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선 그런 물음에 대한 답을 당장 제시할 수는 없다. 팬데믹 시대의 황혼을 맞지 않은 상황에서 사태의 정황을 주시하고, 우리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는 ‘코로나 혁명’이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닥친 사회문화적 변화가 휘몰아치는 중심에 서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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