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변절자

[제주일보] 변절자(變節者)는 절개나 지조를 지키지 않고 그 마음을 바꾼 사람이다. 배반자(背反者)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turncoat’이다.
중세유럽의 군대에서는 특정 유니폼을 입었는데, 적에게 투항하기 위해서는 유니폼의 색을 바꿔야 했다. 또 다른 표현으로 ‘renegade’가 있다. 자신이 믿던 종교를 버리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을 말한다.
콩나물은 콩을 이용하여 싹을 키우는 것이고, 숙주나물은 녹두에 싹이 나서 키운 것이다.
왜 녹두로 키운 것은 녹두나물이 아니라 숙주나물이라 부를까? 녹두나물은 쉽게 변질되고 상한다.
신숙주(申叔舟)는 조선 초기에 영의정까지 지냈다.
그의 이름이 녹두나물을 대신한 것은 그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세조가 찬탈해 간 단종의 왕위를 복위시키려는 과정에서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옛 주인에게 등을 돌리고 뒤늦게 편입된 사람일수록 곧잘 강경론을 펴고 옛 주인에게 가혹하고 새 주인에게 더욱 충직해진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지사를 가장 가혹하게 고문했던 것도 일경(日警)의 앞장이 노릇을 했던 한국인 형사들이다.
일제하에서 관료를 지냈던 사람들이 자유당 치하에서는 이승만에게 거의 맹목적인 충성을 바쳤다.
‘친일인명사전(親日人名辭典)’은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 4389명의 친일 행각과 광복 전후의 행적을 담은 사전이다.
을사조약 전후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신체적·물리적·정신적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끼친 친일반민족행위와 부일협력행위를 한 인물을 수록한 사전이다.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된 제주 출신으로는 최원순(崔元淳)을 비롯, 강명옥(康明玉)·고권삼(高權三)·박종훈(朴鍾壎)·차윤홍(車潤弘)·홍양명(洪陽明)·고문규(高文奎)·양봉화(梁鳳華)·오건일(吳健一)·임관호(任琯鎬)·임두욱(任斗旭) 등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제주현대사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도 눈에 띄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시인 양성우는 박정희 군사독재를 비판한 ‘겨울공화국’을 낭독하여 교직에서 파면되었다. 1988년 평화민주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기 위하여 한나라당에 입당하였고,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 참여하여 당선을 도왔다. 반유신 투사에서 한나라당 입당과 이명박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 열사의 사망 이후의 대치정국에서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글로 그들의 죽음을 비난해 ‘변절 논란’에 휩싸인 시인 김지하. 그는 2009년 촛불 시위 반대와 노무현 대통령 추모객들을 비난하는 행보를 보였으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데 이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리영희 교수를 매도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반년 뒤인 2003년 9월호 ‘현대문학’에서 박근혜의 수필을 가리켜 “몽테뉴와 베이컨 수필의 전통을 잇는(…)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진주와도 같다”고 극찬한 문학평론가 이태동. 그는 박근혜의 에세이는 우리들의 삶에 등불이 되는 아포리즘들이 가득한,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진주와도 같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수필은 그가 경험했던 처절한 삶에 대한 느낌을 지극히 절제된 언어로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부조리한 삶의 현실과 죽음에 관한 인간의 궁극적인 문제의 코드를 탐색해서 읽어내는 인문학적인 지적 작업에 깊이 천착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성이 있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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