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1946’

제주일보|승인2018.03.18

[제주일보] 4․3 이전의 4․3. 해방 직후인 1946년 전남 화순탄광사건을 다룬 뮤지컬 ‘화순 1946’이 제주 무대에 섰다. 주민들이 해방1주년 기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광주로 향하던 중 너릿재 터널에서 군대와 경찰을 앞세운 미군정의 발포로 학살당한 사건을 소재로 한 ‘역사 팩션(fact+piction) 드라마’이다. 바로 4․3 이전의 4․3이다. 너릿재는 광주와 화순 사이에 있는 국도 제22호선과 국도 제29호선 상에 존재하는 고개이다. 지금은 너릿재 터널이 있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때 처형된 농민군들이 널(관)을 끌고 왔다하여 널재에서 변화하여 너릿재가 되었다.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에는 화순과 광주를 오가던 시민군들이 공수부대의 총격으로 사망한 역사적으로 가슴 아픈 사건을 겪은 곳이기도 하다. 너릿재 옛길은 1971년 너릿재 터널이 개통되면서 현재는 도로로 이용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왜 화순탄광사건인가?
절망의 끝에서도 일어서고자 했던, 내일은 오리라 믿었던 사람들. 인간의 고결함과 존엄에 대한 이야기. 바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바로 4·3의 축소판이다. 역사적 배경도 서로 맞닿아 있다. 4·3이 미군정 하에서 발생했던, 제주만의 아픔이 아닌 대한민국 역사의 사건이자 아픔이라면 화순탄광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뮤지컬 ‘화순 1946’ 공연에서는 제주4·3의 아픔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애기동백꽃의 노래’도 흘러나와 역사적 사건의 기억을 공유하였다.
 ‘산에산에 하얗게 눈이 내리면/ 들판에 붉게붉게 꽃이 핀다네/ 님 마중 나갔던 계집아이가/ 타다타다 붉은 꽃 되었다더라// 님그리던 마음도 봄꽃이 되어/ 하얗게 님의 품에 안기었구나/ 우리누이 같은 꽃 애기동백꽃/ 봄이 오면 푸르게 태어나거라// 붉은 애기 동백꽃 붉은 진달래/ 다 같은 우리나라 곱디고운 꽃/ 남이나 북이나 동이나 서나/ 한 핏줄 한 겨레 싸우지 마라// 애기동백꽃 지면 겨울이 가고/ 봄이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울긋불긋 단풍에 가을도 가면/ 애기동백 꽃 피는 겨울이 온다’
 화순탄광은 일본인 소유의 탄광들이었다. 일본인들이 철수하며 탄광이 무주공산(無主空山)과 다름없게 되자 광부들이 자체적으로 탄광 시설을 관리했다. 광부 1700여 명이 일했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5000여 명이 의존해 생활했다. 미군정이 운영권을 인수한 1945년 11월 화순 탄광에서는 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회(全國評議會)가 조직됐다.
1946년 광복1주년 기념식.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광부들이 미군정과 충돌하였다. 10월 30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사유는 식량 배급과 임금의 인상이었다. 미군 방첩대와 경찰은 노동조합을 급습했다. 지도부 5명이 체포됐으나 호송 과정에서 이를 제지하는 광부들과 유혈 충돌을 빚었다. 이후 대규모 검거가 있었다. 이러한 파업 진압으로 노동조합은 결집력을 잃었고 11월에 파업은 일단락됐다.
미군정은 우익과 합세해 1947년 7월 우익 성향을 가진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약칭 노총)의 산하 노조가 화순 탄광에 공식 출범했다. 화순 탄광에서 식량난과 저임금 등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후에도 계속 남아 노총 주도의 탄광에서도 1960년대까지 파업이 계속되었다
뮤지컬 ‘화순 1946’은 2015년 9월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초연(初演)되었다. 이어 2016년 9월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폭발했다. 초연 이후 ‘한국의 레미제라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들이 내뿜는 눈빛과 노래는 그야말로 터질 듯한 집단적 에너지를 뿜어내며 무대를 가득 채웠다. 소름 돋는 합창과 함께 장대한 서사를 타고 흐르고 마침내 배우와 관객을 하나로 끓어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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