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독수리처럼 날았네

독수리처럼 날았네
-제주잠녀 김옥련

김 관 후

성산망에 불싸라 지미망에 불싸라
쇠비름 뿌리를 바위에 탁탁쳤다네
 한길 두길 들어가니 저승길이 오락가락
뭍의 밭과 바다 밭을 독수리처럼 날았다네
야간학교에서 조국독립의 새순을 읽었다네
해녀조합장 다구치 데이키 제주도사(濟州島司)
암 브로커들과 결탁, 구전입찰(口錢入札) 시키자
바깥물질에서 벌어들인 수익까지 뜯기자
세화리 장터에서 대표연설에 나선
애기상군 제주잠녀 김옥련
밀려오는 성난 파도 밀어제치며
일체의 지정판매를 절대 반대한다고     
계약보증금은 생산자가 보관하도록 하라고
구름떼처럼 몰려든 군중 앞에서
목 놓아 울며 소리질렀다네
하도리에서 세화리에서 소섬에서 종달리와 오조리에서
머리에는 물수건을 쓰고, 그 위에 물안경을 쓴
제주잠녀들 손에손에 정게호미와 빗창을 들고
다구치 데이키 제주도사에게 항거했다네
일경(日警)이 김옥련을 검거하고
고문대 위에 꽁꽁 동여매고
코 속으로 물을 쏟아 부어 졸도시켰다네
옥살이 중에도 몰래 기밀문서를 전달하고
한겨울에 찬물고문을 받기도 했다네
 제주잠녀 김옥련이 독수리처럼 날아
깊디깊은 푸른 물속을 드나들며  
성산망에 불싸라 지미망에 불싸라
지금도 쇠비름 뿌리를 바위에 탁탁 치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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