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교육

[제주일보] ‘과거는 서사(序詞)이다(What is past is prologue).’

미국국립문서관의 현판의 글귀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H 카는 그의 대표작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남겼다.

역사란 과거 사실을 바르게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출발, 현재적 관점에서 이를 재구성하고 확립함으로써 미래를 내다보는 바른 안목을 기르는 것이라는 의미다. ‘과거가 곧 현재이자 미래’라는 이야기다.

지난달 오현중학교 정문에는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하얀 광목에 검은 글씨의 현수막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오현중학교 기억주간(4월 2일~4월 20일)이란다. 현수막에는 ‘4․3 4․13 4․16 4․19’라는 옛 사건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사건 날자 밑에는 설명을 덧붙였다. 제주4․3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1948.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조국의 독립-1919. 세월호의 비극, 우리 모두의 아픔-2014. 4․19혁명으로 되찾은 민주주의의 가치-1960.

제주도교육청 정문 앞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4․3 70년 이후, 4․3은 교육으로 기억되고 전승될 것입니다. 4․3평화․인권교육을 씨앗으로, 항구적인 평화 생명의 가치를 피우겠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은 4․3유족들을 일일명예교사로 임명하여 교단에 세우기도 하였다. 학생과 지역 사회를 잇는 얼마나 사려 깊은 교육방법인가.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잘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나무는 뿌리가 깊기에 그동안 수많은 굴욕과 비참한 역사가 있었어도 절대로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 뿌리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도 깊고 넓을 수 있는가와 어떻게 해서 줄기와 가지를 굵게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무성한 이파리와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는가를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줄기와 가지를 굵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학생들의 역할이다.

지금 자라나며 배우는 학생들은 줄기와 가지를 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꿈이 살아있어야 하며, 그래야 무성한 이파리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밑바닥에 바로 ‘역사의 기억’이 존재한다.

기억과 역사는 과거를 다루는 방법이다. 역사는 학문적으로 정립되어 인정되고 있는 데 비해, 기억은 주관적이고, 감정적이며, 직관적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과 역사는 개별적인 영역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화하는 수단으로 동시에 활용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은 ‘기억과 역사’이다.

제주4․3을 망각하지 않기 위한 것….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되풀이해서 기억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다시 반복된다.

제주4․3의 아픔은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된다. 70년 전 제주 땅의 비극이 오늘날에도 재현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제주4․3을 꼭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땅의 평화를 실현하는 길은 무엇일까. 폴란드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 집단학살이 있었다. 아우슈비츠수용소 정문에는 ‘아우슈비츠 학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기억의 터는 역사교육 현장이다. 4․3유적지는 바로 교육현장이다. 오현중학교는 기억을 되살리는 교육현장의 모델이다. 제주도교육청의 “4․3은 교육으로 기억되고 전승될 것입니다”라는 선언은 바른 교육 모델을 제시하는 모범 사례이다.

분단된 조국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남북 화해의 모습이 서서히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역사와 교육의 바른 길 찾기, 이것이 새로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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