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무섭다”

제주일보|승인2018.06.19

[제주일보] 제주가 무섭다. 관광객이 무섭다. 중국인이 무섭다. 제주가 관광도시로 발전하면서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도민과 관광객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많은 인파 때문에 경치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구경하기 바쁘다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기상 악화로 공항이 폐쇄되면 관광객들은 꼼짝없이 갇히고 공항 대기실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관광객 증가의 폐해는 도민들에게 돌아간다. 교통 정체 및 사고 증가,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쓰레기, 상하수도 과부하 등 주민들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관광객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삶을 침범해 주민들이 쫓겨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까지 발생한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투어(Tour)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이다. 관광객들이 주거지역을 침범하여 발생하는 문제이다. 거주민들이 이주하는 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생활이 불편해지자 주민들이 관광 명소가 되는 것을 저지하는 외국의 사례도 있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너무 많은 관광객 때문에 씨름하고 있는 세계 관광지 5곳’ 중 하나로 제주를 꼽았다. 외국인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불법체류가 다반사이며 살인, 인질강도, 절도, 뺑소니, 집단 폭행 등이 부지기수다. 성매매 같은 음성적인 사건까지 확대된다.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성당에서 기도하던 신자가 중국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사례도 있었다. ‘묻지마 피습’이다.
무사증 제도로 전 세계 180개 국가를 대상으로 입도를 허락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제주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가는 거점이 되고 있다.
제주도의 관광·개발 정책을 돌아보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새로운 관광·발전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는 제2공항 계획도 포함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어느 후보 하나 관광객 과밀형상을 심도 있게 제기하지 않았으며, 유권자 역시 관심 밖 일이었다.
외국의 예를 들어보자.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휴양지 보라카이섬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필리핀 정부가 잠정 폐쇄를 결정한 것. 필리핀 대통령은 보리카이섬을 ‘시궁창’이라고 표현했다. “정말로 썩은 냄새가 난다”는 그의 말이 모든 걸 대변해주는 듯하다.
인도네시아 발리도 ‘쓰레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해변의 페트병 쓰레기 등을 수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태국도 영화 ‘비치’로 유명한 피피레의 마야만을 폐쇄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가세하면서 ‘관광 오염’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른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주민들이 관광객들을 막아서는 시위에 나섰다는 뉴스도 나왔다. 배 위에 올라 입항하는 크루즈를 막고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피켓과 깃발을 흔들었다. 스페인 마요르카섬에서는 시민 3000여 명이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피켓을 들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한 시민활동가가 관광버스를 공격했다.
유럽의 관광지들은 ‘숙박세’ 명목으로 여행객에게 돈을 받는다. “관광객 때문에 삶이 파괴되고 있다”는 주민들의 시위도 이어진다. 남의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여러분, 제발 도와주세요! 관광객 때문에 살 수가 없습니다. 제발 오지 말아주세요.(Please support us not coming to our village. We’re suffering from tourists)”
특히 제주지역 관광객 수용 한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한 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주민이 숨을 쉴 수 있는 분위가가 먼저이다. 그 결과를 토대로 주권자로서 도민들이 제주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도정시책을 수정할 것을 강력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관광객 유치는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적정선이 필요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엄격한 관광객 총량 제한 등 ‘섬’이라는 환경에 맞는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관광객 수를 관리하기 위한 ‘관광객 카운팅 시스템’의 도입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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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무섭다”에 1개의 응답

  1. 이종민 님의 말:

    건필을 빕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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