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인민복

도널드 트럼프를 만나러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로 들어선 김정은의 검은색 인민복(人民服)이 화제다.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을 만날 때도 인민복을 입었으며, 문재인 대통령과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도 인민복을 입고 등장했다. ‘김정은의 인민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 일가에 대한 충성의 의미로 배지를 착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얼굴이 들어간 배지를 착용하지 않았다. 김정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남복정상회담 당시 회색 인민복과 갈색 점퍼를 입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때는 짙은 베이지색 야전 점퍼를 입었다. 인민복은 사회주의국가 지도자의 ‘상징’이며, 원래 중국의 혁명성을 상징한다.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毛澤東)이 천안문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했을 당시 입었던 바로 그 옷이다. 그 이후 중국에선 ‘마오 슈트(Maosuit)’라고 불렸다. 원래 인민복은 신해혁명(辛亥革命, 1911) 이후 쑨원(1866~1925, 孫文)이 입던 것과 같은 모양의 중국의 국민복(國民服)이다. 쑨원은 인민복을 즐겨 입었다. 쑨원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의 양안(兩岸)과 홍콩, 마카오 그리고 더 나아가 중국계 싱가포르인 등 해외의 화교들까지 존경하는 인물이다. 정치 사상면에서는 삼민주의(三民主義)를 주장하며 오권분립(五權分立)을 주장했다. 삼민은 민권(民權)․민주(民主)․민생(民生)을 말한다. 인민복의 웃옷에는 주머니가 넷이 있고 옷깃을 세웠다. 1929년에 중국국민당에서 국가의 공식 예복으로 지정될 정도로 그 상징성이 크다. 인민복의 4개 주머니는 각각 예(禮)·의(義)·염(廉)·치(恥)를 뜻한다. 또 윗옷에 달린 5개의 단추는 입법(立法)·사법(司法)·행정(行政)·감찰(監察)·고시(考試)의 오권분립을 의미한다. 김정은이 인민복을 선택한 건 ‘사회주의 국가’라는 북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중국식 인민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의 전통적인 인민복은 무늬가 없는 민자 형태다. 반면 김정은이 입고 나온 북한식 인민복은 옅은 세로줄이 새겨진 스트라이프 형태다. 이른바 북한식 개량 인민복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중국식이 아닌 북한식”이라며 “북한의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일종의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인민복을 입은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린다. “정체성을 보여준다.” “사회주의 국가고 미국과는 다른 체제다.” 김정은이 사회주의 국가를 고수하겠다는 정체성이 제일 큰 것 같다. 북한 주민들이 보기에도 김정은이 우리를 대표해서 인민복을 입었구나 하는 선전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김정은의 인민복은 빨간 넥타이에 흰색 와이셔츠, 다크한 네이비 컬러의 정장을 착용한 도널드 트럼프의 패션과 사뭇 대조됐다. 트럼프가 빨간 넥타이를 맨 것에 대한 분석도 가지작색이다. 빨간 넥타이는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는 패션으로, ‘파워 타이(Power tie)’로 불린다.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은 평소 즐겨 매는 강렬한 색상의 붉은색 넥타이 차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의 빨간 넥타이는 대통령 취임식, 미중 정상회담 등 중요한 자리마다 같은 차림으로 등장했다. 전통적으로 북한의 최고 지도자는 정치적 노림수에 강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강단과 배포를 보여 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복을 그대로 입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것은 북한의 물러설 수 없는 의지를 반영하는 상징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글은 카테고리: 글 전체보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