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승천기’ 유감

일본은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린 ‘2018년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해상자위대 함정의 불참을 통보했다.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 때문이다.
일본군은 1945년 3월 20일 본토 수호를 위한 ‘결호(決號)작전 준비요강’에 따라 제주도를 무대로 ‘결7호 작전’을 수립했다.
제주에서도 전투기 비행장과 갱도 진지, 고사포 진지 등 각종 전투시설 건설이 시작됐고 수많은 도민이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국가기록원에는 제주도민 8715명이 이런 노역에 강제동원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루에 제주섬 곳곳에서 수백명씩 동원된 것을 고려하면 연인원은 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붉은색 동그라미 주변으로 햇살이 강렬하게 퍼져 나가는 모습을 그린 깃발. 제국주의 시대 일장기와 함께 일본 국기로 대접받던 깃발.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이란 뜻을 담고 있다는 깃발. 이것이 바로 욱일승천기다.
일본은 1998년, 200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두 차례의 관함식에도 욱일승천기를 달고 참여했다.
욱일승천기가 문제 시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욱일승천기가 일본의 ‘제국주의’ 혹은 ‘군국주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우경화(右傾化)가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보며 식민지였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욱일승천기의 등장에 우려를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욱일숭천기를 ‘전범기(戰犯旗, War Criminal Flag)’라고 부른다.
전범기는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들의 국기와 관련 단체의 상징기를 말한다. 일본 제국주의의 군기였던 욱일승천기, 독일 나치당의 당기였던 하켄크로이츠, 이탈리아 파시즘 정권이 사용했던 파시즈 등이 있다.
욱일승천기는 온라인 사전 ‘위키피디아’엔 ‘전범기’로 등재돼 있다. 일본의 정식 국기인 일장기와는 다르지만 일본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국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이들 국가들의 식민통치나 침략, 학살로 큰 피해를 입었던 국가들의 경우 전범기 사용을 금기 시 하고 있다. 특히 독일 나치의 상징이었던 하켄크로이츠의 경우 법률로써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것이 평화의 섬 제주에서 펄럭일 뻔 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욱일승천기는 일본이 1870년 처음 육군기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1889년 일본 해군이 뒤이어 군기로 채택해 일본군의 상징이 됐다. 일본이 1940년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며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하자 욱일승천기는 ‘대동아기’로 불리며 제국주의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세계 대전이 종료되자 욱일승천기는 사용이 금지됐다. 일본군이 해산된 후 자위(自衛) 목적으로 창설된 해상 자위대가 1952년부터 16줄기의 햇살을 가진 군기로 제정하면서 다시 부활했다. 현재는 육상 자위대 또한 일본군이 사용하던 욱일기를 변형한 8줄기의 햇살을 가진 군기를 사용하고 있다.
2018 해군 국제관함식에 국내·외 함정 39척과 항공기 24대, 45개국 대표단이 참가해 대한민국 역사 상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그런 국제관함식에 욱일승천기가 깃발을 흔들며 들이닥쳤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욱일승천기는 아시아를 피로 물들이며 2000만명을 살해한 제국주의 일본의 상징이다. 나치 전범기 이상의 끔찍한 상징물을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에서 공공연히 흔들고, 그것도 모자라 대표팀 유니폼으로 입고 나온 것은 모독이다.
2000년 11월 민족문제연구소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정희 흉상을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그들은 욱일승천기를 흉상에 씌우고 오랏줄을 흉상 목에 감아 끌어내렸다. 흉상이 떨어지면서 콧등이 뭉개졌다.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이 글은 카테고리: 글 전체보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