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와 애국가

김순남이 조선인에게 ‘조선 최고의 작곡가’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인민항쟁가’였다. 1947년에 나온 ‘인민항쟁가’는 남·북조선 모두에서 애국가처럼 불리었다. 임화(林和)가 쓴 노랫말이다.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는/ 우리의 주검을 슬퍼 말아라/ 깃발을 덮어다오 붉은 깃발을/ 그렇게 죽엄을 맹서한 깃발을.” 우리 ‘애국가’는 안익태(安益泰, 1906~1965)가 작곡했다. 작사가는 윤치호(尹致昊)·안창호(安昌浩)·민영환(閔泳煥) 등이라는 설이 있으나 그 어느 것도 분명하지 않다. 애국가는 처음에는 ‘올드 랭 사인’의 선율에 맞춰서 부르다가 안익태가 선율을 작곡해 지금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몇몇 분은 애국가가 북한이나 다른 나라 국가에 비해 너무 행진곡풍에 장엄하거나 당차거나 웅장하지 않고 너무 소박하고 초라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안익태의 ‘애국가’가 관행상 ‘국가’로 불려왔지만, 현재 법적으로 지정된 대한민국의 애국가는 없다. 그래서 1960~1970년대에도 새로운 ‘애국가’를 제정하자는 운동이 있었고, ‘국가제정 위원회’를 구성해 애국가의 가사와 감상적인 곡조의 문제점을 들어 새 국가를 만들려고 준비도 했었다. 평양에서 태어난 안익태는 1921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뒤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유럽에 진출한 당대에 드문 서양 음악가였다. 1935년 12월 28일 한인예배당에서 심혈을 경주해 창작한 ‘애국가’의 새 곡조를 연주했다. 그 멜로디를 ‘한국 환상곡’ 4악장에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민요 ‘이별의 노래(Ald lang syne)’에 가사를 붙인 것을 1936년 작곡했으며, 정부 수립과 함께 국가가 됐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안익태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의 일본명은 ‘에키타이 안’. 그가 본격적으로 친일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였다. 1941년 독-소 전쟁이 벌어지자, 일제는 유럽 지역 자국민 소개령을 내렸다. 이에 그는 베를린 주재 만주국 외교관으로 위장한 일본의 유럽 첩보망 총책이었던 에하라 고이치(江原綱一, 1896~1969)를 찾아가 상담을 요청한다. 그 덕분에 그는 1941~1944년까지 만 2년 반 동안 에하라의 베를린 자택에 머물 수 있었다. 안익태가 1941년 일본 명절에 일왕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곡인 ‘기미가요’를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했다. 그는 1944년 히틀러의 생일 기념으로 파리에서 열린 ‘베토벤 페스티벌’을 비롯해 동맹국(독일·이탈리아 등)과 점령국(프랑스), 우방국(스페인)에서만 30차례의 공연을 지휘한다. 자신이 작곡한 ‘에텐라쿠’, ‘만주국 환상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일본 축전곡’ 등도 연주했다. 특히 그는 나치 독일에서 유일한 조선 출신 제국음악원 회원이 됐다. 그 회원증에서 그는 출생지를 평양이 아닌 도쿄로 속여서 적기도 했다. 선진국 같았으면 우리의 ‘애국가’는 벌써 폐기됐을 것이다. 그동안 안익태는 친일파로만 알려져 왔는데, 최근 친나치 행적마저 확인됐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애국가의 작곡가가 반민족 행위자라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민족의 정체성, 과거사 문제 등에 엄정한 입장을 견지하는 유럽의 선진국에서라면 벌써 폐기했을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분석한 신간 ‘안익태 케이스’가 관심을 끌고 있으며,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도 안익태가 수록돼 있다. 안익태는 문화훈장 대통령장을 받고 국립묘지에 묻혔으나, 2000년대 이후 각종 자료를 통해 일제에 부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이나 일본, 군주가 있는 중동의 몇몇 나라에서는 대체적으로 왕을 찬양하는 국가 가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례를 할 때 국기에 대한 경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그리고 애국가를 제창한다. 진보진영에서는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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