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시)로 읽는 4․3(8)

제주도에 바치는 레퀴엠
김준태

어른들은 그랬다. 이름이 이어도인지 갈매기 섬인지는 모르지만 6․25 한국전쟁이 터지기 3년 전엔가 제주도에서 무슨 난리가 일어나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었다고 말하면서 바로 이 무렵, 그 섬에 수백 명의 젊은이들을 실어다 퍼부어 놓고 두두두두두……..집단총살을 시켜버렸다고 귓속말로 수군 수군거렸다.
해송과 풍란이 바위마다 뿌리를 내리고 있는 섬. 어쩌면 유인도보다도 더 많은 슬픔과 더 많은 꽃과 주검의 잔해들이 쌓여있을지 모르는 그 섬을 바라보면서 어른들은 몸서리를 쳤다. 당시 아무도 말할 수 없었던 갈매기 섬, 아아 이어도-어부들은 이어도가 토해내는 미친 듯 한 물음소리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아흐, 그런데 어른들은 마치 무시무시한 비밀처럼 전설 같은 이야기를 서로서로 나누곤 했다. 그 시절 소년 김준태가 엿들은 어른들이 나눈 대화의 한 매목은 이러했다. -이어, 이어,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는 그것이 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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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requiem)’은 위령 미사 때 드리는 음악이다. 정식명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지만 가사의 첫마디가 “requiem(안식을…)”으로 시작되어 레퀴엠이라 부른다. 진혼곡, 또는 진혼미사곡 등으로 번역되어 쓰이기도 한다. 4·3항쟁과 광주5․18은 국가폭력에 의하여 희생자들이 발생하였다. 둘 다 역사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상처를 알기에 제주의 아픔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역사적 사건’은 시간성 속에서 기억되어 현재의 우리 삶과 미래를 지배하는 원동력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 사건이라 할 수 있는 4·3항쟁과 광주5․18은 과거의 사건으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다. 바로 역사적 기억, 그리고 다양한 문화 예술적 텍스트로 구현되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피해 지역을 고립시켜서 역사 속에 묻었던 것은 4·3항쟁이나 광주5․18이나 무척 닮은꼴이다. 진실과 정의를 외면할 때 우리의 인권과 생명을 말살 시킬 수 있는 나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죽음과 죽음 사이에/피눈물을 흘리는/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갔나/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서 쓰러졌나/우리들의 아들은/어디에서 죽어 어디에 파묻혔나/우리들의 귀여운 딸은/또 어 디에서 입을 벌린 채 누워 있나’ 시인 김준태(金準泰)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1980년 광주5․18과 그 투쟁의 과정에서 군부에 의해 자행된 폭력에 대한 거부와 민주화를 향한 염원을 드러낸다. ‘제주도에 바치는 레퀴엠’도 마찬가지다. 섬이 가까운 전라도에서 어른들은 비밀처럼 전설 같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저 바다 건너 제주섬에서 무슨 난리가 일어나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었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는 이야기다. 국가권력은 제주사람들을 “실어다 퍼부어 놓고 두두두두두…….집단총살을 시켜버렸”다는 소문이다. 이 속에 학살로 인한 아픔이 존재한다. 김준태 시에 나타난 전반적인 시적 주제는 대체로 광주, 역사, 통일문제로 집약된다. 시인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명방법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생명존중과 사랑정신이다. 김준태의 시는 일반적으로 일상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범사회적인 시야로 확산되는 방식이나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역사의 흐름을 짚어나가는 방식을 통해 탄탄한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김관후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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