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친일과 그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정부는 예비검속에 의한 대대적인 학살사건을 자행하였다. 계엄군은 섯알오름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총살하였다. 전쟁이 끝난 1956년 5월 18일, 5년 9개월 만에 억울한 죽음이 세상에 드러났다. 1961년 5․16 이후 묘지에 세웠던 ‘백조일손지묘(百祖一孫之墓)’라는 비석은 땅 속에 파묻혀졌다. 쿠데타 주체들이 피학살자 유족에 대한 대대적인 청소였다. 박정희와 그 주역들은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왜 광분했을까?
“저는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입니다. 친일 군인으로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고, 해방 직후에는 광복군 중대장을 지냈습니다. 형제 때문에 남로당에 입당해 공산 활동을 한 죄인입니다. 그러나 자수를 해서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오늘날까지 살아왔습니다.”
5․16쿠데타 이후 박정희(朴政熙)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임시정부요인 백강(白岡) 조경한(趙擎韓) 선생을 찾아가 공화당 입당을 권유하면서 한 이야기의 내용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박정희를《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하면서, 그 근거로 1939년 만주국군에 지원하기 위해 혈서를 작성하였다는 신문 기사를 공개하였다. 만주신문(1939년 3월 31일자)에 실린 ‘혈서 군관지원, 반도의 젊은 훈도(訓導)’의 기사이다.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멸사봉공, 견마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조국은 일본을 말한다. 그러니까 박정희는 극우 친일파였고, 빨갱이라는 좌익 사상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만주국육군군관학교에 지원하면서 혈서와 채용을 호소하는 편지를 첨부했다. 그는 만주군 중위가 되었고, 해방 직후 숙군 대상자로 재판받고 사형을 구형받은 남로당 군사부의 비밀 당원이었으며, 군사쿠데타의 주모자였다.
박정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군(軍)이라는 개념과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이다. 청와대 집무실에서 일본군 장교 복장에 점퍼차림을 한 채 가죽장화를 신고 말채찍을 들고 접견인을 맞이했을 정도였다. 딸 박근혜는 어떤가? 세월호 침몰 때도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 함께 지내며 방관한 것은 아버지를 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이승만과 전두환에 대한 우파진영이나 민주진영 모두 논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 박정희 정권의 존재가 없었다면 경제발전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말은 결코 신기(神奇)가 아닌 최대의 딜레마이다. 개발을 위해 박정희의 독재가 필연적인 것도 아니었으며, 경제정책은 독재의 구실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박정희 경제성장을 신화처럼 믿고 있다. 한 사람이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영웅 사관에 빠져 있다. 박정희 몰락 계기가 된 것은 부마항쟁이다. 그것은 바로 경제문제 때문이었다. 박정희의 경제정책은 높은 착취율에 기반을 둔 것이다. 바로 ‘토건 국가’적인 정책이다. 성장 위주의 정책 속에서 “저임금-저곡가 체제”, “자연을 마구잡이로 이용하고 파괴하는 착취 체계”의 이중의 착취 위에 건설된 것이다.
또 언론탄압은 어떤가?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로 대표되는 박정희 정권은 1972년 일명 ‘프레스카드제’를 실시하여 파시즘체제에서의 전형적인 언론 통제를 시작하였다. 국가보안법과 긴급조치로 수시로 언론을 탄압하였기에 1973년에는 도쿄에서 납치돼 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기사화할 수 없어 ‘재야인사’로만 표기하였다.
2012년 외국 언론들은 박근혜가 대통령의 당선을 전하며 박정희를 독재자로 평했다. 미국주간지 타임을 비롯하여 LA타임스, 뉴욕타임스, 영국의 가디언 모두 공통적으로 박정희를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군림했던 독재자(South Korea’s longest-ruling dictator)로 평가하였다. 프랑스의 르몽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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