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보는 늙은이

벨 보는 늙은이
황금녀

저녁 해굴메
어뜩 고쳐 사민
이 밤도 벨 송송
이녁 엇이
트는 에도 돌뢍 뎅기는 미죽은 벨 나
늙은이 다인 눈광 눈 다댁염져
아- 눈도 다이어사
벨 치 보석이 뒈염신고라
왁왁 시상에서 시름 젭단 늙은이
울럿이 벨 멍 시름 시끄단 늙은이
요 들국 걲엉
이녁 쿰더레
씩 앵겨 네시민
손  번 끈 심어 봐시민
“이녁 눈에도 저 벨이 베레 졈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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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롱 싀상』은 팔순을 넘긴 황금녀 시인이 4․3기억을 되살린 제주어 시집이다. 시인의 어린 시절 체험과 그로 인한 눈물과 회한의 세월, 그리고 평화와 상생을 염원하는 생생한 제주어로 독자와 손을 잡는다. 그 중「벨 보는 늙은이」에서 제주어를 표준어로 풀어보면 “해굴메: 해 그림자, 어뜩: 깜빡, 고쳐: 비켜, 이녁 엇이: 그대 없이, 미죽은: 풀이 죽은, 다인 눈: 닳아진 눈, 다댁이다: 마주치다, 왁왁: 캄캄한, 시름: 걱정, 젭단: 버거워, 울럿이: 우두커니, 시끄단: 덜어내며, 쿰더레: 품 속, 앵겨: 안겨, 네시민: 드렸으면, 끈: 힘껏, 심어: 붙잡아, 이녁: 그대, 베레다: 보이다”이다. 시집『베롱 싀상』을 통하여 4․3사건 회오리에 휩쓸려 남편이나 가까운 가속을 잃고도 치열한 삶을 살아온 제주 여인들의 한을 풀어 놓았다. 바로 민중의 입말로 건져 올린 4․3의 기억이다. 생생한 제주어의 질감은 때론 거칠고 때론 요령부득이다. 제주어라서 더욱 실감이 나고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4․3을 제주어로 표현하면 더 생생하고 더 아프다. 노년에 이르러 9살 함덕마을 아이가 4․3사건의 회오리에 휩쓸려 가속을 잃고도 치열한 삼을 살아온 제주 여인들의 한을 풀어놓았다.「벨 보는 늙은이」처럼 치열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팔순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제주어 동시집 『고른베기』도 일품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꿈을 담은 동시를 문화사적으로 언어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제주어로 들려준다. 아이들이 음과 뜻을 이해하기 쉽게 오른쪽 페이지에 표준어로 된 동시를 함께 실었다. 황금녀 시인은 1939년 함덕에서 출생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시에 관심을 갖게 돼 문학회 등에서 활동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 MBC 창사 기념 문예공모에서 수기가 당선된 후 2004년부터 펜을 들었다. 현재 창조문예와 제주어보존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김관후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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