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비문

詩(시)로 읽는 4․3(23)

잔인한 비문
박남준

산 자의 지문으로 죽은 자의 침묵을 써왔노라
죽은 자의 노래로 산 자의 슬픔이 위로받으려니

봉인된 돌이 있다
쓰이지 못한
새기지 않은 이름이 갇혀 있는,
살아서는 낙인 붉은 사람들의
뼈와 살로 화석을 이룬
이를 악물고 그을린 울음 같은 비가 있다
저기 떠난 자의 다홍빛 명정에
흰 글씨를 써넣어야 하는가
지박령의 검은 이름표 불랙리스트로
탕탕 저격해야 하는가

백비, 부를 수 없어 말문을 닫은 묵비
때가 되었다 누워있는 돌이 일어나
사람의 말로 외칠 것이다
증언되리니 아비와 그 어미와
아이들의 한라산이 매장당한 근대사
참으로 지독하고 잔인했던 평화의 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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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비에 제주4․3의 이름을 세기고 일으켜 세우리라!” 4․3백비(白碑), 이름 짓지 못한 역사. ‘봉기, 항쟁, 폭동, 사태, 사건’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왔다. ‘탄압이면 항쟁’이라는 제주도민들이 보여줬던 저항 정신이야 말로 역사를 발전시키는 정신이다. 70년 전 친일 부역세력은 이 나라의 독립 세력들을 빨갱이로 몰아서 학살하고 지금까지 지배 세력으로 군림한다. 국가는 도민들을 상대로 초토화 작전을 벌였다. 4․3의 모든 일은 미군정을 통해 이뤄졌다. 미군정은 해방 직후 한반도 38선 이남에 존재한 실질적 통치기구였다. 미군정은 제주도를 ‘사상이 불순한 빨갱이 섬’으로 매도해 제주 사람들을 탄압했다. 4․3 직후 제주지구 미군사령관 브라운(Rothwell H. Brown) 대령은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또 “10%정도는 총으로 무장하였고, 나머지는 일본도와 재래식 창으로 무장하였다”고 밝혔다. 미군보고서에도 1948년 11월부터 제주섬에 대한 국방경비대 9연대의 초토화 작전을 ‘성공적인 작전’으로 평가했다. 미군정은 초토화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정찰기를 동원 했을 뿐만 아니라 토벌대의 무기와 장비도 적극 지원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제주 민중을 대량 학살한 책임은 이승만 정부와 미국에게 있다. 미국 정부는 4.3 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 4.3 당시 미군정과 미국 군사고문단의 역할에 대한 진상조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김관후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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