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참회-고사리 반근

詩(시)로 읽는 4․3(50)

사월 참회-고사리 반근
김영숙

사월 들판에서 고사리를 꺾는 것은
미안한 사람 불러 사과하는 것이다
수백 번 허리를 꺾어 절을 하는 것이다

손끝에서 똑똑똑 온종일 꺾인 것은
푸른 나의 오만이다 종주먹 꼭 쥐고선
비벼도 흔적이 남는 고사리밥 같은 것

참선에 든 할미꽃 그 옆에서
사월의 내 참회는 손부리가 까맣다
봄 하루 노동의 댓가 자존심이 반근이다
—————————————————————————————————–
참회(懺悔)는 자신이 범한 죄나 과오를 깨닫고 뉘우치는 일이다. ‘참(懺)’은 산스크리트의 ‘크샤마(kama)’가 원뜻으로 ‘인(忍)’을 의미한다. 실수를 뉘우치는 ‘회(悔)’와는 의미가 약간 다르지만, 점차로 ‘참’과 ‘회’가 동일시되어서 ‘참회’라는 말이 쓰였다. 불교에서는 포살(布薩) 및 자자(自恣)라고 불리는 참회법이 행해졌다. 포살은 보름에 한번 계본(戒本)을 외워 죄과의 수를 세고, 자기가 범한 죄가 있으면 모든 사람들 앞에서 참회하고, 연장의 승려로부터 용서를 받는다. 자자는 안거(安居) 동안의 마지막 날에 승려들 서로가 서로를 비판하며, 각자 참회·고백하는 방법이다. 가톨릭에서는 참회를 감정의 과장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공식적인 용어로는 쓰지 않고 대신 ‘고해(告解)’ 또는 ‘고백(告白)’이라고 하여 성사(聖事)의 하나로 본다. 고백은 세례를 받은 자가 청죄(聽罪)의 자격을 가진 사제(司祭)에게 죄를 고백하여 용서를 받는 의식절차이다. 참회록은 자서전의 일종으로 자신이 지난날에 저지른 과오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참회록으로 아우구스티누스, 장 지퍼 루소, 레프 톨스토이의 것이 있다. 이 3개를 묶어 3대 참회록(또는 고백록)이라고 알려져 있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윤동주는 창씨개명을 하기 닷새 전에 「참회록」란 시를 썼다. 나라를 잃은 백성으로서의 부끄러움, 반성과 성찰 등이 주제로 시를 읽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슬퍼진다. 윤동주는 1월 29일에 창씨개명 계를 신고했다. 그런데 이 ‘1942년 1월 29일’이란 날짜는 반드시 그의 시 ‘참회록’이 쓰인 ‘1942년 1월 24일’이란 날짜와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가 창씨개명 계를 신고한 날은 ‘참회록’을 쓴지 닷새만이다. 그 시기와 작품의 제목과 내용, 그리고 상황을 볼 때, 그가 ‘참회록을 씀으로써 자신의 감정과 각오를 일단 정리한 뒤에 연전에다 창씨개명 계를 신고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즉, 일본 유학을 결정하고 그걸 위해선 자신의 손으로 창씨개명 계를 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각오했을 때, 그 뼈아픈 욕됨으로 인해 쓰인 것이 ’참회록이다. 시인의 사월 참회는 고사리 반근이다. 고사리 반근이 그리 하찮은가? 수백 번 허리를 꺾어 수확하는 고사리 반근이야말로 바로 시인에게는 사월에 머리 숙이는 최상의 예절이다.(김관호 작가․ 칼럼니스트)

이 글은 카테고리: 글 전체보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