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교체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우리의 죽음을 슬퍼 말아라/깃발을 덮어다오 붉은 깃발을/그 밑에 전사를 맹세한 깃발//더운 피 흘리며 말하던 동무/쟁쟁히 가슴 속 울려온다/동무야 잘 가거라 원한의 길을/복수의 끓는 피 용솟음친다//백색 테러에 쓰러진 동무/원수를 찾아 떨리는 총칼/조국의 자유를 팔려는 원수/무찔러 나가자 인민유격대” 김순남이 조선인에게 ‘조선 최고의 작곡가’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인민항쟁가’였다. 1947년에 나온 ‘인민항쟁가’는 남·북조선 모두에서 애국가처럼 불리었다. 임화가 쓴 노랫말이다. 좌익에 의해 광범위하게 불렸고,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80년대 이후 일부 운동권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KBS교향악단이 노래를 연주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제주4·3 관련 추모 앨범에 수록되기도 하였다. 우리 애국가 작사자를 두고 논란이 많다. 윤치호설, 안창호설, 민영환설 등이 있다. 가장 유력한 작사자 후보는 윤치호다. 윤치호는 대표적인 친일파이다.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 역시 친일파이자 친나치주의자이다. 애국가에 관한 현행 규정은 대통령 훈령 제368로 ‘국민의례 규정’이고, 법률적 근거는 없다. 애국가는 단지 애국가일 뿐, 국가로 제정된 바가 없다. ‘안익태 애국가’는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전제해야할 사실은 국가와 애국가는 다르다는 것이다. ‘안익태 애국가’는 공식적인 국가가 아니다. 안익태가 친일파로 밝혀진 상황에서 윤치호가 작사가로 인정된다면 애국가라는 노래 자체가 민족의 배신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가 되어 버린다. ‘안익태 애국가’ 자체가 표절이라는 지적도 있다. 불가리아 민요 ‘오 도브루자의 땅이여(О, Добруджански край,)’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또 안익태가 1940년대 초부터 수년간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친일 행위와 결합된 나치 부역(附逆)’을 했다. 일제의 괴뢰국 만주국을 찬양하는 <만주국 환상곡>을 작곡하여 연주한 전력도 알려졌다. 사실 애국가를 교체하자는 논의는 1960년대부터 있어왔고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애국가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무산되었다. 과거 일부 민주화운동 진영은 민주항쟁의 상징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새로운 국가로 불러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했다. 지금까지 민중진영은 애국가가 민중의 마음을 대변하는데 내용적 한계가 있다며, 모든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그 노래는 광주항쟁 이후,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기념하면서 부르기 시작하여 널리 퍼졌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그런데 소리꾼 임진택이 최근 우리민요 아리랑 곡조에 애국가 가사를 붙여 새로운 애국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리랑 애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한 셈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겨레의 혼을 담은 민족의 노래고, 민중의 노래다. 아리랑 자체로 애국가다. 아리랑을 애국가의 곡조로 차용할 명분과 자격은 차고 넘친다. ‘아리랑 애국가’의 ‘아리랑’은 1926년 나운규가 제작 감독 주연한 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이다.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리랑은 바로 나운규 선생의 아리랑이다. ‘나운규 아리랑’은 1926년 영화 상영 이후 오랜 시간 우리 국민 사이에서 애국가 이상으로 사랑받아 왔다. 일제 강점기는 물론 해방 이후에도 한국사람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곡이다. 특히 해외 동포에게 아리랑의 영향력은 애국가보다 더 클 것이다. 적잖은 외국인도 아리랑을 알고 있다. 우리의 역사성과 특수성, 보편성을 모두 갖춘 곡이다. 지역과 파벌, 좌우 세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알고 좋아한다. 아리랑을 우리 애국가로 부르면 이른바 ‘친일 애국가 논란’을 깔끔히 넘어설 수 있다는 논리이다. 글쎄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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