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에서 소련이 극좌파분자만을 선호한다고 하면 여기 남조선에서 미국은 반대로 가려하고 있소. (………) 극우파가 아닌 모든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히고, 그 활동을 방해받고 있소. (………) 친애하는 김 선생. 나는 공포로부터의 자유가 없소. 나는 아직도 미군정 하에서 국립경찰로 채용된 친일파의 손아귀에 고통 받고 있소이다.” 1947년 7월 19일 아침, 몽양 여운형(呂運亨)은 영문잡지 《Voice of Korea》의 발행인 김용중(金龍中)에게 영문편지를 보냈는데, 거기엔 죽음을 예견하는 내용이 있었다. 미군정은 정치적인 필요성 때문에 몽양을 중시하고 가까이 하였지만, 그를 신뢰하지는 않았다. 그 날 오후 1시, 서울 혜화동 로터리 근방에서 트럭 1대가 갑자기 들이닥쳐 몽양이 탄 자동차를 가로막았다. 이어 한지근(韓智根)이 나타나 몽양이 탄 자동차로 달려가 2발의 총탄을 쏘았다. 2발은 몽양의 복부와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고, 병원으로 호송 중에 그는 절명하였다. 당시 몽양의 옆에 있던 제주출신 고경흠(高景欽)은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조국…” 그리고 “조선…”이었으며, 미소를 띤 얼굴로 죽었다.’고 했다. 당시 그의 나이 향년 62세. 여운형이 죽은 후 미군정은 그의 소지품 중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편지들을 수거하였다. 그밖에 몽양은 언론사로 중외일보를 운영하고 있었다. 몽양은 해방공간에서 중도적 사상을 바탕으로 좌우 합작을 시도한 인물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최근까지도 첨예한 이념 갈등 속에서 엇갈렸다. 2005년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대통령장(2급)을 추서 받았는데, 그의 업적에 비해 훈장 등급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 결과, 2008년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대한민국장(1급)을 추서 받으면서 격상됐다. 그렇다면 몽양의 옆에 있던 고경흠 과연 누구인가? 한마디로 민족주의 언론인이며 문예운동을 전개한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46년 5월 독립신보를 창간하여 주필로 있으며 자주독립을 바탕으로 한 겨레의 오롯한 통일을 위해 애썼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도쿄로 건너가서 <노동자신문>과 <현계단>을 찍어내고, <전기><인터내셔날><무산자> 같은 잡지를 펴낸 문필가로 활동했으며, 그가 쓴 글 가운데 <독립신보> 1947년 3월 26일치에 실린 ‘대지에 봄은 왔건만 민족의 봄은 안 오나!!’가 있다. “해방 후 한 때는 강도 절도로 시민들은 공포 속 싸여 있었고, 지금엔 테러와 파괴로 인하여 인민은 공포 속에 싸이고 있다. 근대 민주주의국가에서 야간 통행금지라는 것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인데 거기다 증오의 싸이렌까지 듣게 되는 것은 우울한 우리네 살림을 더욱 우울하게 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고경흠이 펼친 진보적 문예운동은 제주문학사에 한 부분을 장식할 일이라 여겨진다. 필자는 2018년 제주도문학사를 편찬할 당시 집필위원으로 참여하여 <일제강점기 제주문학>과 <제주4·3과 제주문학> 부분을 집필하면서, 제주에서 처음으로 고경흠을 소개한 사실이 지금도 생생하다. 고경흠은 일본 도쿄에서 <제3전선(第三戰線)>을 찍어내었으며, 특히 국내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개편에 참여하고 사회주의적 문예운동을 전개하였다. 1946년 5월 이후 ≪독립신보≫의 논설위원, 주필로 여운형·백남운(白南雲) 등 중도좌파의 노선을 대변하였다. 1946년 11월 월북하여 1956년 4월 조선노동당 중앙후보위원이 되었다가 숙청되었다. 그리고 제주출신 강창일 전 국회의원이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기념사업회는 1991년 7월19일 몽양 여운형선생 추모사업회로 창립됐으며, 2005년 2월17일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선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된 지금 몽양의 중도의 사상과 통합의 리더십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이래저래 몽양은 제주와 인연이 너무 깊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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