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이문열과 권영길의 부친은 빨치산 활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문열의 부친은 가족을 남기고 월북했고, 권영길의 부친은 국군에 의해 사살됐다. 둘은 같은 서울대학을 다녔으며 작가와 기자라는 문필업에 종사했다. 이문열은 ‘보수가 죽어야 보수가 산다’는 내용의 보수의 혁신적 가치에 대해 말해왔다. 도대체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젊어도 정신이 늙으면 보수주의자고, 나이가 들어도 생각이 젊으면 진보주의자일까? 보수주의자는 정신적으로 늙고, 낡은 기존 관념에 사로잡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고집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 우리 주위에 이런 사람이 많다. 진보는 앞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반면 보수는 지키자는 것이다. 입는 것, 먹는 것부터 사회제도까지 다 바뀌었다. 그런데 보수가 뭘 지키자는 것일까? 조선 말기라면 모를까, 지금 사회에서 보수를 정치이념으로 내세우는 건 어색하지 않은가?   대체로 좌파성향의 사상들이 진보주의로 규정되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 강한 좌파 성향의 경우 오히려 ‘진보주의’라는 규정을 거부하기도 한다. 마르크스주의자나 아나키스트들은 종종 ‘진보주의’를 사회자유주의(혹은 멸칭으로서 리버럴)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며, 같은 맥락에서 일부 사회자유주의자들은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로 규정한다. 좌파가 좌파답지 않고, 우파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우리나라에서 좌우 대결이 있으려면 양자 모두 바뀌어야 한다. 특히 우파는 우리나라를 제대로 만드는 데 필요한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진정한 우파라면 인격 존중 같은 정신적인 가치를 계발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새가 창공을 나르려면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하듯이 우리사회도 비상하려면 좌파와 우파가 균형을 이를 때 가능해진다. 좌파를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우파를 수수꼴통으로 넘겨버리면 대화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진보란 도대체 무엇인가? 진보와 보수 구별법은 모호하고 복잡하다. 국내 보수 세력이 추종하는 박정희의 국가적인 사업에 반시장적 사회주의 정책이 많았는가 하면, 생전에 좌파라고 매도된 노무현의 한미FTA 추진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박정희가 진보, 노무현이 보수인가? 바로 정신적 노화가 보수이다. 육체적으로 아무리 젊어도 정신이 늙으면 보수이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생각이 젊으면 진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진보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혁신하는 사람인데 반해 보수는 나이에 관계없이 정신이 노화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나의 생각은 너무 편협적일까? 우리 역사의 비극과 역사적 책무에 대해 말할 때 4.3을 이야기한다. 4.3의 비극에 우리 모두는 책임이 있다. 물론 큰 책임은 이를 명령하거나 실행하거나 동조한 자들에 있을 것이다. 현재의 이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세력은 과연 누구일까? 그렇다고 여기에 침묵하거나 방조한 자, 외면한 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은 비극으로 얼룩진 역사의 법정에서 준엄하게 책임을 묻는 일이자 자신의 채무를 갚는 길이기도 하다.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이 개인의 창의적인 삶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 차원에서도 중요한 책무인 이유다. 문학을 하면 왜 진보적 감수성이 생길까? 이문열 자신이 보수주의자라는 고백은 틀을 옹호하는 것이다. 문학의 대전제는 틀을 깨고,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저항이다. 작가는 모든 것에 저항하는 사람이다. 작가는 저항하고 분노하고 혁신을 꾀해야 한다. 기존의 질서나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 피카소나 사르트르, 오웰 등 세계적인 작가, 예술가, 철학자에서 봉준호나 박찬욱 등의 국내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좌파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기존의 질서나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 창의는 기존 질서에 저항하고 분노하며 혁신을 꾀하면서 나온다. 예술가들이 진보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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