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붉은 꽃은 없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다. 달도 차면 기운다. 그릇도 차면 넘친다. 경판(京板)《춘향전(春香傳)》에 “노셰 절머 노셰 늘거지면 못노나니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면 기우니 인이 일쟝츈몽이니 아니 놀구…….” 라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고장에도 “꼿도 철이곡, 나비도 철인다.”라는 속담도 있다. 봄날의 화려한 꽃이 피고 있는 바로 그 밑에는 시들어 가는 꽃잎들이 화무십일홍을 만들어 낸다. 권력층도 꽃이 핀 후 10일 후를 내다보는 겸손이 필요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일제강점기시절 경찰권은 최고의 위세였다. 해방공간에서 경찰은 친일파들이 차지였으며 그 세력은 막강하였다. 경찰권을 장악한 이승만과 조병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4·19 당시 민중의 반감은 극에 달하고, 이승만은 하야하였고, 조병옥은 병사하였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는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장면은 수녀원으로 도망가서 숨었고, 윤보선은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정변은 성공한다. 박정희는 유신헌법 이후 그야말로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올랐다. 결국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쓰러졌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결과로 부활한 한국 민주주의를 이끈 지도자는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다. ‘3김정치’ 덕분에 한국 민주주의는 권위주의 독재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공고화된 민주주의로 발전했다. 하지만 질적으로도 공고했을까? 군부독재 시기 3김은 측근과 가신을 중심으로 당과 파벌을 운영하는 가산주의(家産主義) 리더십을 펼쳤다. 이는 민주화 이후에도 잔존해 민주주의의 질적 성장을 방해했다. 3김 시대 말기에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역시 민주주의와 불화했다. 아무튼 3김은 화무십일홍이다. 제주도에서도 우근민, 신구범, 김태환이 번갈아 지사직을 수행했다. 지사를 지낸 기간은 우근민 10년, 김태환 6년, 신구범 3년이다. 여기에 우근민과 신구범이 임명직 지사 기간 3년을 포함하면 22년 동안 세 사람이 제주 정치를 주물렀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는 ‘제주판 3김’으로 불린다. ‘제주판 3김’을소위 패거리 정치라 한다. 우근민, 신구범, 김태환 사단의 패거리 인사독식이 바로 그것이다. “우근민 측근, 김태환 측근, 신구범 측근, 우근민 맨, 김태환 맨, 신구범 맨”이란 용어도 난무했다. 줄을 잡지 못하면 승진은커녕 자신의 역량도 발휘하지 못했던 시절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 꽃은 결국 지고 말았다. 열흘 붉은 꽃은 없었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까지 보유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막강한 권력을 누리는 집단이다. 민주화로 인권보호가 주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검경 수사관 조정 등을 통해 검찰 정상화를 꾀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검찰이 감당하지도 못하는 권한을 움켜쥐고 사회 주동 세력인 체하던 시대는 저물어야 한다. 검찰의 시대는 결국 저물 것이고 우리 사회는 또다시 나아갈 것이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고 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 화무백일홍 인무천일호( 花無百日紅 人無千日好) 꽃은 백일 붉은 것이 없고, 사람은 천 일을 한결같이 좋을 수 없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고 항상 변한다. 인간의 권세와 부귀영화도 언젠가는 다 없어져 버린다. 권세와 부귀영화, 돈도 일순간이다. 모든 것이 영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탐욕에 눈이 멀어 자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가 종국에는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 정치적으로는 영원한 절대 권력이 없다. 이를 방증하듯 레임덕이라는 용어가 있다. 아무리 독재자가 영원한 권력을 꿈꿔봤자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지금까지 하나의 여당이 십년을 초과해서 집권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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