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에게 가장 큰 흔들림은 미국에 대한 인식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런 나라였을까? 우리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미국의 참상이다. 미국이 저렇게 처절하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는 바로 우리 한국인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바이든이 승리한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의회를 폭력으로 점거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초유의 사태다. 트럼프는 근거 없는 선거 부정 주장을 반복했다. 언론들은 ‘트럼프의 쿠데타 시도’로 규정하며 통탄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희생자를 낳고 있고, 수천만이 넘는 그런 실업자들을 양산하는 나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줄 서 있다. 어느 제3세계에서도 보기 어려운 끔찍한 일이다. 헬무트 슈미트 같은 독일 수상의 경우는 “미국은 사회적으로 보면 지옥이다” 이런 말까지 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제도는 미국식이다. 지금 대학체제, 치열한 경쟁, 엘리트 서열체제, 어마어마한 등록금, 특권 고등학교… 다 미국을 따라온 것이다. 지금 한국 대학등록금이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총량으로 봐서는 미국이 1위지만 1인당 국민소득 대비 한국이 1위다. 끔찍한 이야기다.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이랑 거의 같이 경쟁이라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 경쟁에서 이긴 자가 독식을 하는 건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경쟁 이데올로기로 한국 사회는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과잉 미국화’, ‘총체적 미국화’라는 단어로 한국을 표현한다. 한국은 사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미국화가 심한 나라이다. 한국은 실제로 미국보다 더 미국이다. 왜곡된 미국이다. 미국도 상당히 왜곡된 자본주의체제인데, 그것을 한 번 더 왜곡시키면 지금의 한국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반미주의가 가장 약하고, 미국에 대한 환상이 가장 큰 나라다. 대체로 유럽에서는 미국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이 넓었다. 한국에서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 미국은 한국인에게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자 선진국의 표상이었다. 코로나 사태는 한국에서 그 충격파가 컸다. 한국은 ‘미국’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이 지극히 낮고, 찬양 일변도의 나라였다. 사실 한국 사회가 경이로운 정치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루었음에도 헬 조선이 된 이유는 패러다임이 자체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자본주의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틀은 여전히 시대착오적이다. 그래서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가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이다. 독일에서는 이를 흔히 ‘야수 자본주의’라고 한다. 한국은 야수 자본주의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사납게 활개 치는 나라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 노동시간, 자살률, 기업살인율(산업재해사망률)을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수요와 상관없이 끊임없는 생산으로 시스템이 돌아간다. 생산이 중단되면 자본주의는 끝난다. 따라서 무계획적으로 생산하고 이는 생태계 훼손으로 연결된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자본주의를 위해 삶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삶을 위해 자본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자본주의를 인간화해야 한다. ‘22세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사는 사람들이 마지막 인류가 될 것이다’라는 유의 담론이 유럽의 공론장을 풍미하고 있다. 바로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본주의가 작동한다면 22세기는 오지 않는다. 22세기는 2101년 1월 1일부터 2200년 12월 31일까지를 말한다. 그 22세기가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22세기는 생태적 붕괴 때문에 지금 사는 사람들이 마지막 인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금 한국사회가 정치 민주화도 되고 경제성장도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살기가 너무 힘들다. 왜 이럴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미국화이며, 또 자본주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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